Project/우주적 베이글샵

인크리멘털 게임에 스토리를 넣었더니 장르가 흔들렸다 — 3개 모드로 푼 이유 | 우주적 베이글샵 개발일지 #04

hipop1109 / 2026. 9. 16. 09:30
한 줄 요약
인크리멘털 게임의 성장 루프에 스토리를 넣자 플레이 흐름이 끊기기 시작했어요.
<우주적 베이글샵>은 메인·로그라이크·무한 모드로 플레이 경험을 나누고, 특수 재화로 다시 연결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스토리를 넣었더니 플레이가 끊겼어요

안녕하세요. <우주적 베이글샵>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최가은이에요.

<우주적 베이글샵> 은 반복적인 생산과 성장이 핵심인 인크리멘털 게임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넣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성장에 몰입해야 할 순간마다 서사가 플레이를 끊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우주적 베이글샵의 핵심은 성장 루프예요

게임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해요.
액션, 어드벤처, RPG, 로그라이크 등 여러 장르가 있죠.

그중에도 <우주적 베이글 샵>은 인크리멘털 장르를 표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인크리멘털 장르란 무엇일까요? 

인크리멘털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원을 축적하고, 그 자원을 다시 생산력이나 성장에 투자하면서 성장의 속도와 규모를 점차 키워가는 장르예요.

<우주적 베이글 샵>에서는 유저가 베이글을 생산해 돈을 벌고, 이를 통해 스킬트리를 업그레이드해요.
스킬트리가 강화되면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더 많은 베이글을 생산해 다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이렇게 생산 → 보상 → 강화 → 더 빠른 생산으로 이어지는 성장 루프에서 지속적인 성취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예요.

[스크린샷: 인크리멘털의 원조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쿠키 클릭커']

 

스토리가 인크리멘털의 흐름을 흔들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인디게임에서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와 경험을 게임 안에 담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산나비>와 <커피 토크>처럼 서사와 메세지를 중심으로 플레이 경험을 구성하는 인디게임도 많아요. 

<우주적 베이글샵>도 처음부터 이야기를 가지고 출발했어요. 자원이 고갈된 미래의 지구에서 밀가루 한 봉지를 구해 베이글을 만들던 주인공이 결국 우주로 나가 베이글을 판매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어요.
"인크리멘털 게임에 스토리가 필요할까?" 

<우주적 베이글샵>은 핀볼과 수박게임에서 착안한 조작을 기반으로, 액션 아케이드 플레이와 인크리멘털 성장을 결합한 게임에 가까워요. 플레이어가 단순한 버튼 조작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간단한 조작으로도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스토리를 삽입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플레이어가 생산과 성장의 반복에 몰입하기도 전에, 다음 서사를 보기 위해 플레이를 멈춰야 했기 때문이에요.

인크리멘털 게임의 핵심은 성장 루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데 있는데, 스토리가 그 흐름을 반복해서 끊고 있었어요.

여기에 주문과 판매를 다루는 가게 운영 요소와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플레이어가 이 게임에서 어떤 재미에 가장 집중해야 하는지가 점점 불분명해졌어요.

[스크린샷:BGU 멘토링에서 받은 현직자 피드백]

내부 테스트와 외부 현업자 피드백을 거치면서 선택지는 두 가지처럼 보였어요.
스토리를 덜어내고 성장 루프에 집중하거나, 스토리를 유지하면서 플레이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었어요.

저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포기하기보다, 이야기가 게임의 핵심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구조를 찾기로 했어요.


스토리는 유지하고, 플레이 경험을 세 모드로 나눴어요

약 4개월 동안 이 문제를 고민한 끝에, 저희는 서로 다른 플레이 경험을 하나의 흐름 안에 모두 넣는 대신 모드별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세 가지 모드는 각각 다른 플레이 욕구를 담당하도록 설계했어요.

  • 메인 모드: 기존 성장 루프와 스토리를 함께 경험하는 핵심 모드
  • 로그라이크 모드: 반복 플레이마다 다른 선택과 빌드를 경험하는 전략 중심 모드
  • 무한 모드: 스토리 진행 없이 액션 아케이드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는 모드

모드를 기획하면서 제가 가장 유의했던 점은 두 가지 서브 모드가 기존 게임에서 튀지 않는 것이었어요.

모드를 나눈다고 해서 세 개의 별도 게임처럼 보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각 모드에서 얻은 성과가 메인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특수 재화를 설계했어요.

플레이 경험은 모드별로 나누되, 성장은 하나의 게임 안에서 다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서브 모드에서 얻은 특수 재화를 메인 모드의 성장과 연결했어요.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즐겨도 그 결과가 기존 성장에 다시 반영되도록 만든 것이죠.

앞으로도 세부 기획을 진행하면서 기존 게임과 서브 모드 간의 괴리를 줄이고, 세 가지 모드가 하나의 게임으로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스크린샷:우주적 베이글 샵 모드 기획서]

장르를 지키면서 만들고 싶은 것도 남기는 법

이번 작업을 통해 장르는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떤 재미를 반복해서 경험할지 정하는 기준이라는 걸 배웠어요.

동시에 그 기준을 지키는 것만큼, 팀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와 경험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토리를 삭제하는 대신 시스템을 다시 나누고 연결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장르에 맞춰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장르의 핵심을 지키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것.
이번 기획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