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세튼의 유적〉첫 인스턴스 던전 '오염된 변방 유적'의 그레이블럭이 완성됐습니다. 레이아웃·페이싱·가이드 세 축으로 풀어낸 레벨 디자인 원칙과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보스전 라이팅 의사결정 과정까지 PO가 직접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회기동 막걸리에서〈세튼의 유적〉개발 프로젝트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PO 이예원이에요!
이번 주 작업으로 튜토리얼 던전 '오염된 변방 유적'의 그레이 블럭 단계를 마무리 했어요.
아트 팀에 전달하고 보니, 이 던전에 저희가 팀에서 적용하고 있는 레벨 디자인 원칙이 거의 다 담겨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개발 로그는 '완성한 레벨 기획 결과물 + 그 안에 담긴 레벨 디자인 의도'를 함께 풀어보는 형태로 써볼게요.
이 글을 읽으면 '오염된 변방 유적'이 어떤 의도로 설계됐는지,
그리고 저희 팀이 레벨 디자인 규칙에서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 개념이 필요한 이유
게임 개발에서 레벨 디자인은 단순히 '지형을 배치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레벨 디자인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제어하고 유도하기 위해서예요.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 메커니즘을 가진 게임이라도,
그 무대가 되는 공간이 평면적이거나 불친절하다면 플레이어는 금세 길을 잃거나 지루함을 느끼거든요.
레벨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 동선 혼선 방지: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게 하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요.
- 난이도 조절: 전투와 휴식, 탐험과 보상의 비중을 조절해 플레이어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피로하지 않게 만들어요.
- 내러티브 전달: 텍스트나 대사 없이도 주변 환경을 통해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느끼게 해요.
- 학습과 응용: 새로운 기믹(레버, 결계 같은 상호작용 장치)이나 몬스터의 패턴을 안전한 곳에서 학습시킨 뒤,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 도전 욕구를 자극해요.
결국 레벨 디자인은 개발자가 의도한 재미를 플레이어가 가장 효과적으로 체득하게 만드는 '가이드라인'인 셈이죠.
동작 원리
레벨 디자인은 크게 레이아웃, 페이싱(전투·휴식·탐험의 리듬을 조절하는 것), 가이드라는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해요.
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흐름도를 그려볼 수 있어요.
레벨 디자인 구성 플로우
- 진입: 호기심 유발 및 분위기 조성 (환경 사운드, 랜드마크 활용)
- 전개: 약한 적과의 조우 → 기믹(레버, 문) 발견 → 중간 보상
- 위기: 복합적인 기믹 활용 → 강력한 적 또는 중간 보스
- 결말: 최종 보스전 → 목표 달성 및 서사적 해소
구체적인 동작 원리는 다음과 같아요.
- 랜드마크와 시각적 가이드: 플레이어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조명이나 거대 구조물을 배치하여 자연스럽게 이동을 유도해요.(예: 어두운 유적 안에서 빛나는 횃불이나 멀리 보이는 거대 석상)
- 병목 현상과 개방감: 좁은 통로를 지나 탁 트인 광장이 나오게 설계함으로써 공간의 변화를 통한 심리적 해방감과 긴장감을 교차시켜요.
- 수직적 구조: 평면적인 이동이 아닌,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선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고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해요.
실제 사용 예시: <세튼의 유적> - '오염된 변방 유적'

저희 프로젝트 <세튼의 유적>의 첫 번째 인스턴스 던전(파티 단위로 분리되는 독립된 던전 공간)인 '오염된 변방 유적' 기획안을 바탕으로 레벨 디자인이 어떻게 실제 게임에 녹아들었는지 살펴볼게요.
1. 테마와 분위기
이곳은 과거 신성했던 유적이었으나 알 수 없는 오염에 잠식된 장소예요.
저희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중동풍의 신비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사운드를 배경에 깔고,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황폐한 시각 효과를 적용했어요.
진입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웅장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이곳이 평범한 장소가 아님을 직감하게 돼요.
2. 동선 설계와 기믹

유적 내부는 단순히 적을 물리치며 전진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야외와 실내를 오가며 공간을 끝없이 환기하고, 적과의 전투를 통해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갈수록 ‘긴장과 재미’를 더 많이 얻게끔 연출된 일종의 의도가 있는 공간이에요.
아래 연출 예시를 볼까요?
언뜻 보면 맵과 무관한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레벨 디자인의 일부예요.
- 초입부: 플레이어는 중간중간 파괴된 유적 입구로 진입하며 비밀스러운 이 공간에서 일어났던 전투의 흔적을 암시하는 기록들을 발견해요. 이는 본격적인 전투 전 플레이어를 세계관에 몰입시키는 장치예요.
- 중간 단계: 유적의 원혼 병사와 같은 적들과 조우하며 전투 메커니즘을 익혀요. 단순 전투 뿐만 아니라 중앙 붉은 지역 플랫포밍 지역을 이용해 닿으면 안된다는 ‘위기 언어’를 표시하고, 이동 기믹에 있어 새로운 환기를 제공해요.
- 위기 단계: 던전 중반에는 '결계 생성' 이벤트가 발생하여 플레이어를 특정 구역에 고립시키기도 해요. 강제 전투를 통한 플레이어의 위기감과 긴장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레벨에서 연출이 가능해요.
3. 보스전: 안식을 빼앗긴 헤자드
던전의 종착역에는 최종 보스 '안식을 빼앗긴 헤자드'가 기다리고 있어요.
- 페이싱의 정점: 이전까지의 탐험이 긴장과 완화의 반복이었다면, 보스전은 오직 전투를 위한 공간을 연출해요. 보다 넓고 웅장한 공간에 한정된 라이팅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요.
- 공간적 특징: 보스 구역은 보스의 강력한 광역 공격을 피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감을 확보해줘요.
다른 방식과의 비교: 선형적 던전 vs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
레벨 디자인은 게임의 장르와 목적에 따라 그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해요.
- 선형적 던전 디자인 (세튼의 유적 프로젝트의 방식)
- 특징: 시작과 끝이 명확하며 개발자가 의도한 경험의 순서가 엄격하게 통제돼요.
- 장점: 영화적인 연출과 정교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서사적 경험을 전달하기 좋아요.
- 단점: 다시 플레이할 때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어요.
-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
- 특징: 플레이어에게 완전한 자유도를 부여하며, 어디로 가든 콘텐츠를 만날 수 있게 설계해요.
- 장점: 높은 자유도와 탐험의 재미를 제공해요.
- 단점: 플레이어가 길을 잃거나 자칫하면 콘텐츠의 밀도가 낮아 지루함을 느낄 위험이 커요.
<세튼의 유적>은 인스턴스 던전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오염된 변방 유적'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우리가 준비한 연출과 전투의 재미를 가장 밀도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어요.

위 그래프처럼 플레이어가 어느 구간에서 어떤 이벤트로 인해 재미를 느낄지 사전에 설계하는 방식이에요.
이곳은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 의도된 통로를 따라 한정된 내러티브와 위기감을 고조하고 싶다는 기획자의 의도가 반영된 공간이에요.
막힌 부분 또는 변경된 점
‘공간의 전환’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이 던전 자체는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공간의 전환을 통해 자연광/실내광으로 플레이어의 동선을 유도하는 던전인데, 생각보다 기본 자연광이 플레이어를 유도할 만큼 강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별도의 포인트라이트를 자연광처럼 사용하게 됐습니다.
또, 보스 스테이지의 공간 라이팅을 고려하는데 리소스가 많이 들었어요.
폐쇄적이어서 긴장도를 높이는 기획의도를 담을지, 혹은 일부 자연광을 적용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신성한 느낌을 보여줄지가 난제였답니다.
이 문제는 기획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튜토리얼’ 유적이니만큼 조금은 라이트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사방을 너무 꽉 막지 않고 일부 자연광을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어요.
다음 주 계획
다 만든 던전을 아트 프로세스로 넘길 예정이에요.
그레이블럭은 Levels 레이아웃을 통해 천장/건물/유도 오브젝트로 나눠놓았어서, AL님과 함께 둘러본다음 외벽 텍스쳐를 갈아끼우고 컨셉을 한 번 확인하려고 해요.
마치며
레벨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손과 같아요.
플레이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을 이끌고, 감동을 주고, 도전하게 만들어요.
'오염된 변방 유적'에서 여러분이 느끼실 긴장과 재미는 모두 기획 팀이 정교하게 설계한 레벨 디자인의 결과물이에요
앞으로 이어질 포스팅에서는 이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시스템에 대해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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