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표
안녕하세요, 〈세튼의 유적〉 프로젝트 기획팀 전지훈이에요.
이번 주에 3개월간 작업했던 서브퀘스트 6개 라인의 기획안을 마무리했어요.
이 글에서는 6개 퀘스트가 각각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저희 팀의 서브퀘스트 제작 플로우 3단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공유할게요. 짧은 서브퀘스트 하나에도 생각보다 많은 의사결정이 들어간다는 걸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한 것
왜 서브퀘스트가 필요했나요
RPG에서 서브퀘스트는 경험치·재화 벌이를 위해 억지로 진행하는 콘텐츠로 여겨질 때가 많지만, 사실 게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요. 방대한 맵·다양한 적·심도 깊은 스토리를 메인 퀘스트 라인 하나에 다 담으면, 한정된 분량에 너무 많은 정보가 몰려서 플레이어를 혼동시킬 수 있어요. 그 부담을 분산시키는 게 서브퀘스트의 역할이에요.
서브퀘스트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아요.
- 단편성: 메인 퀘스트가 하나의 긴 스트림이라면, 서브퀘스트는 하나의 뚜렷한 목적만 단편적으로 전달해요.
- 자유성: 메인 퀘스트는 플레이하지 않으면 엔딩을 보지 못하지만, 서브퀘스트는 강제성이 없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요.
특히 저희 프로젝트 〈세튼의 유적〉은 소울라이크(다크 소울 계열의 고난도·파편화된 스토리텔링을 특징으로 하는 액션 RPG 장르)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 장르 특성상 메인 퀘스트에서 세계관을 직접 전달하는 양이 적어요.
플레이어가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파편화된 이야기를 직접 찾아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해석할 다양한 여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서브퀘스트를 제작했어요.

이번에 완성한 6개 서브퀘스트

<세튼의 유적> 은 현재 6개의 서브퀘스트 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이 6개 퀘스트는 모두 플레이어가 클리어했을 때 세계관 이해도가 크게 상승하지만, 하지 않는다고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설계했어요.
저희 세계관의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예요.
- 대재앙으로 인한 사후세계와 현세 간의 균열
- 이집트 신화와 신들
- 플레이어의 대적자들 – 세튼
신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인 만큼 세계관 밑바닥에 깔린 판타지적 요소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고,
저희는 이를 서브퀘스트로 풀어내기로 결정했어요.
가장 먼저 보이는 "울고 있는 아이" 는 대재앙 이후 현세를 떠돌며 엄마를 찾고 있는 어린아이의 영혼 카야를 도와주는 이야기예요. 세계관의 어두운 분위기와 사후세계에 벌어진 혼돈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줘요.
"열정을 마음으로" 는 게임에서 자주 마주치게 될 기능인 대장간과 제작공방의 NPC(Non-Player Character, 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카엘"과 "지나"의 이야기예요. NPC들이 단순히 퀘스트를 받는 창구가 아니라 세계관 안의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표현했어요.

"수호의 의지 ~ 갈망의 끝" 3개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채용하게 될 3가지 전투 방식인 호루스·세트·토트라는 신들의 이름을 따온 힘의 근원을 소개하는 퀘스트예요. 다짜고짜 특정 힘을 사용해야 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게 뭐지?" 싶을 테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잊혀진 기록" 은 플레이어가 마주할 사악한 단체 "세튼"이 창단된 이유와 어떤 목적으로 플레이어를 위협하는지를 다뤄요. "그래서 쟤네가 누군데?"라는 유저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퀘스트예요.
서브퀘스트가 만들어지는 플로우 3단계
서브퀘스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작 플로우를 소개할게요.
1단계 — 문제 파악
기존 세계관 기획서를 바탕으로 "무엇을 유저에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적대 세력 '세튼'에 대한 서사 부족, 플레이어가 쓰는 3신의 힘, NPC들의 내러티브(이야기·서사) 부족이라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메인 퀘스트를 제작 중이던 다른 기획자분과 상의해서, 이 내용들의 부가적인 이야기를 서브퀘스트에서 다루기로 결정했어요.
2단계 — 초안 작성
PO님께 받은 기획서 양식을 바탕으로 초안을 써 내려갔어요.
저희 프로젝트에서 서브퀘스트 한 라인을 짜는 데는 7가지 요소가 들어가요.


평소에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유튜브 GCL 같은 게임 스토리 콘텐츠도 즐겨 봐서 수월하게 진행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너무 쉽게 깨졌어요.
스토리의 기반은 〈세튼의 유적〉과 비슷하게 이집트 신화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 오리진'과 소울라이크 게임들(블러드본, 엘든 링, P의 거짓 등)의 스토리를 참고해서 작성했어요.
대표적으로 "울고 있는 아이" 퀘스트는 아이와 실종된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퀘스트예요.
아이의 부탁을 받고 플레이어가 엄마의 행방을 조사하지만, 알고 보니 모녀는 이미 대재앙에 휘말려 과거에 사망한 자들이었고,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원념으로 이어져 사후세계로 가지 못하고 현세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예요.
내용을 보면 미리 눈치채셨을 수도 있는데, 이 퀘스트는 블러드본의 대표 내러티브 퀘스트 "오르골을 주는 소녀"를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다른 퀘스트들도 마찬가지로, 유저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초안을 쓰고 분리하고 합치며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결정해서 초안으로 만들었어요.

3단계 — 구체화 및 다듬기
이 과정에서는 기획자의 욕심을 버려야 해요.
다양한 기믹, 대화 등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개발 기간의 한계·쓸 수 있는 리소스의 제한·길어지는 대사로 인한 UX 저하 같은 요소를 고려하면서, 초안의 과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는 단계예요.


이렇게 3단계 과정을 거치면 서브퀘스트 기획서 작성이 마무리돼요.
이후 서브퀘스트에 들어갈 신규 아이템과 아트 프랍(게임 내 배경에 배치되는 소품·오브젝트) 요청서를 작성하면, 서브퀘스트 제작 플로우가 완전히 끝나요.
막힌 부분
서브퀘스트 기획 과정에서 "대사 스크립트" 작성이 제일 어려웠어요.
동시에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았거든요.
가독성을 위해 짧은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퀘스트로 이어지는 행동과 동선 안내, 그에 대한 동기 부여까지 담아야 했어요.
거기에 NPC가 단순한 대화창이 아니라 한 명의 인물처럼 느껴지도록 말투에 생동감도 불어넣어야 했고요.
고려할 게 너무 많아서 하루에 6시간 가까이 썼다 지웠다만 반복한 적도 있었어요.
또 서브퀘스트는 어디까지나 '서브'이기 때문에,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최대한 좋은 이야기와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꽤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우선 레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파악하고, 그 동선에 맞춰서 서브퀘스트를 짜는 방식으로 중간부터는 플로우를 바꿨어요.
다음 주 계획
이제 QA(Quality Assurance, 품질 검증)가 남았어요.
어디까지나 기획안이 완성된 단계이지, 실제 엔진 내 레벨에서 퀘스트를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꼭 애로 사항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QA를 통해 수정해야 할 점을 찾아 나가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다음 개발 일지에서는 그 QA 과정을 담아볼게요.
마치며
게임의 메인 퀘스트가 나무의 생명인 뿌리라고 한다면, 서브퀘스트는 가지와 잎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지가 몇 개 없다고 나무가 죽는 건 아니지만, 그 가지들이 모이면 나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서브퀘스트는 게임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요.
추후 빌드가 나오면 서브퀘스트들도 기획팀 모두가 오랜 시간 상의해서 만든 콘텐츠이니, 꼭 한 번 즐겨봐 주시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ject > 세튼의 유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튼의 유적 #05] 블렌더·섭스턴스 페인터 3D 프랍 제작 — UV 위에 그린 패턴이 자꾸 틀어진 이유 (0) | 2026.08.17 |
|---|---|
| [세튼의 유적 #04] 튜토리얼 보스 : 안식을 빼앗긴 헤자드 기획 - 내러티브와 전투 경험을 고려한 보스 기획 방법 (0) | 2026.08.15 |
| 〈세튼의 유적〉 — 고대 유적을 탐험하는 3D 액션 RPG, 올해 하반기 스팀 출시 예정 (1) | 2026.06.19 |
| [세튼의 유적 개발 일지 #03] 언리얼 GAS로 RPG 장비 아이템 시스템 설계하기 (1) | 2026.06.07 |
| [세튼의 유적 개발일지 #01] 튜토리얼 던전 '오염된 변방 유적' 그레이블럭 완성 — 레벨 디자인 원칙 전부 공개 (1) | 2026.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