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자드는 패턴을 읽고 대응하면 이길 수 있는 보스로 설계했어요.
문제는 플레이 스타일이 셋으로 갈리는 속성 영혼 시스템과 어떻게 맞물릴지였고, 아직 답을 못 냈어요.
안녕하세요, <세튼의 유적> 기획을 맡고 있는 홍제영이에요.
이번 주에는 튜토리얼 던전 '오염된 변방 유적'의 보스, '안식을 빼앗긴 헤자드' 기획안을 마무리했어요.
첫 보스를 그냥 강한 적이 아니라 전투를 가르치는 관문으로 잡았고, 그 과정에서 핵심 시스템과 부딪힌 지점까지 정리했어요.

헤자드는 쌍도끼를 쓰는 근접형 보스예요.
단순히 센 적은 아니에요.
플레이어가 공격 전조를 읽고, 막거나 패링(공격이 닿는 순간에 맞춰 받아넘겨 적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방어)한 뒤 짧게 반격하는 리듬을 배우도록 만든 첫 관문이거든요.
이름에 붙은 수식어에서 짐작되듯, 헤자드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스켈레톤이에요.
"왜 안식을 얻지 못했을까", "스스로 싸우는 걸까 아니면 조종당하는 걸까" 같은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도 이번 기획의 목표였어요.
이번 주 목표
헤자드를 "읽고 대응하면 이길 수 있는 첫 보스"로 만들기. 이게 목표였어요.
첫 보스인 만큼 패턴을 복잡하게 쌓지 않았어요.
대신 쌍도끼로 몰아치는 빠른 연타로 위협적인 인상을 주되, 몇 번 보면 대응법이 눈에 들어오는 구조를 노렸어요.
기본 전투 흐름은 이렇게 잡았고요.
패턴 파악 → 방어·패링 또는 회피 → 짧은 반격 → 재정비
무작정 두들기는 보스가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전투의 기본 리듬을 알려주는 보스.
그게 헤자드의 역할이에요.
실제로 짠 패턴

헤자드의 패턴은 다섯 개예요.
연타 형태의 기본 콤보 2종, 회전 돌진, 양손 공격, 도약 찍기.
기본 콤보 1·2 — 리듬을 가르치는 축


핵심은 기본 콤보 1과 2예요.
둘 다 2타 연속 공격으로 짰고, 쌍도끼를 빠르게 휘두르는 연타의 감각을 살리고 싶었어요.
처음 보면 거칠고 위협적이지만, 리듬만 익히면 방어와 패링으로 전부 받아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회전 돌진 — 거리를 벌리는 플레이 차단

회전 돌진은 플레이어가 거리를 너무 벌렸을 때 나가는 추격 패턴이에요.
멀찍이 떨어져 원거리 공격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플레이를 막고, 보스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장치죠.
후반부에 열리는 양손 공격과 도약 찍기

체력이 많이 깎인 후반부에는 양손 공격과 도약 찍기가 추가돼요.
양손 공격은 근접 상태에서 전투 리듬을 흔드는 위험 패턴이고, 도약 찍기는 멀리 빠지는 플레이를 견제하는 패턴이에요.
특히 도약 찍기가 가장 위협적인 흐름을 만들어요.
플레이어가 멀어지면 보스가 뛰어올라 찍고, 착지하자마자 기본 콤보로 압박을 이어가거든요.
"너무 멀어지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거리 관리 규칙을 플레이어가 몸으로 배우게 만든 장치예요.
전투 밖에서 남기고 싶었던 것
헤자드는 첫 보스예요.
그래서 "강한 적을 이겼다"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랐어요.
보스의 이름과 외형에서 안식을 얻지 못한 존재라는 인상을 먼저 주려고 했어요.
다만 이 시점에 헤자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를 다 설명할 생각은 없었어요.
초반부에는 정답 대신 단서만 남기는 쪽이 맞다고 봤어요.
"이 세계에는 제대로 죽지 못한 존재들이 있다" 정도의 불길함이요.
나머지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며 조금씩 풀리도록 배치했어요.
막힌 부분 — 속성 영혼 시스템과의 궁합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건 헤자드 보스전을 속성 영혼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하느냐였어요.
<세튼의 유적>에는 몬스터를 처치해 영혼을 모으고, 쌓인 속성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달라지는 속성 영혼 시스템이 있어요.
RPG의 직업처럼 하나를 골라 끝까지 가는 구조가 아니에요.
플레이어가 상황을 보고 원하는 스타일을 그때그때 취사선택하는 쪽에 가깝죠.
속성은 셋으로 나뉘어요.
- 호루스 — 방어와 패링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받아치는 계열
- 세트 — 회피와 백어택(적의 뒤를 잡아 넣는 공격)으로 빈틈을 노리는 계열
- 토트 — 마법과 유틸리티로 거리를 두고 싸우는 계열
플레이 스타일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보스 패턴 하나로 셋을 다 감당하기가 어려웠어요.
특히 토트 빌드는 호루스·세트보다 안정성이 떨어져서 보스전 난이도가 확 올라가요.
보스 특성에 맞춰 영혼 속성을 골라 쓰게 만드는 건 원래 기획 의도예요.
그렇다고 토트로는 클리어가 안 되게 막는 건 다른 얘기죠.
그건 선택지를 준 게 아니라 뺏은 거니까요.
이 균형은 QA(만든 걸 직접 플레이해 보며 문제를 찾는 검증 작업)를 돌리며 잡아 나갈 생각이에요.
다음 주 계획
기획이 얼추 마무리돼서 개발팀에 사양서를 넘기고, 나온 결과물로 QA를 돌릴 차례예요.
플레이어가 재미를 느낄 난이도를 찾는 게 목표고요.
기획할 땐 재밌어 보이던 아이디어도 막상 구현하면 밋밋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만든 뒤의 재미 검증은 늘 필요해요.
다음 개발 일지에서는 문서가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해 본 재미에 대해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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