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세튼의 유적>의 사막과 고대 유적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상악기와 오우드·두둑의 음색, 공간감을 만드는 믹싱을 조합해 게임 BGM을 제작했어요.
이번 주 목표
안녕하세요! 〈세튼의 유적〉 프로젝트 사운드팀 최치은이에요.
이번 주에는 사막과 오래된 유적을 배경으로 한 공간에 어울리는 게임 BGM을 제작했어요.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플레이어가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음악만 듣고 황량한 사막과 오래된 유적, 그 안에 감춰진 신비로운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를 위해 가상악기(VSTi)를 활용해 여러 악기의 음색을 조합하고, 지역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선율과 악기를 연구했어요.
여기에 믹싱을 통해 야외와 유적 내부가 서로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분위기를 조정했습니다.
작업에 사용한 도구와 개념
이번 작업에서는 다양한 가상악기(VSTi)를 사용했어요.
VSTi는 컴퓨터에서 연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악기예요.
실제 악기를 녹음한 샘플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고, 소리를 직접 합성하는 신시사이저 방식도 있습니다.
덕분에 실제 연주자를 모두 섭외하지 않더라도 피아노나 현악기부터 여러 지역의 전통 악기까지 다양한 음색을 활용할 수 있어요.

제작한 트랙은 이후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쳤어요.
- 믹싱(Mixing): 여러 트랙에 녹음된 각 악기 소리의 볼륨 밸런스, 주파수(EQ), 공간감(Reverb/Delay)을 조절하는 작업이에요. 각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가리지 않고 제 위치에서 명확하게 들리도록 배치해요.
- 마스터링(Mastering): 믹싱이 완료된 음원을 최종 출력 매체(게임 엔진, 음원 사이트 등)에 맞게 전체적인 음압(Loudness)과 톤 밸런스를 최종 조정하는 단계이에요. 어떤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들어도 균일하고 높은 완성도의 소리를 내도록 다듬죠.
믹싱에서는 각 악기의 볼륨과 주파수(EQ), 공간감(Reverb/Delay)을 조절해 서로의 소리가 지나치게 겹치지 않도록 정리했습니다. 마스터링에서는 완성된 음악의 전체적인 음량과 톤을 조정해 게임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었어요.

실제로 한 것
이번 BGM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세튼의 유적>의 사막과 고대 유적에서 느껴지는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어떤 음악적 요소로 표현할 것인가였어요.
제가 설정한 게임 음악의 가장 큰 목표는 "플레이어가 화면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해당 장소의 분위기와 온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어요.
거대한 사막의 모래바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유적,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고대의 신비감을 음악적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이를 위해 일반적인 서양 음악 기법에서 벗어나, 중동 음악 특유의 정서와 색채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기로 설계했어요.
이를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잡고 작업했습니다.
① 아랍 음악의 음정 감각을 참고한 선율
서양의 12평균율 중심 음악과 달리, 중동 음악은 독특한 음계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아라빅 스케일’이죠.
다만 아랍 전통음악에는 하나의 고정된 ‘아라빅 스케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음정과 선율 진행을 사용하는 마캄(Maqam)이라는 음악 체계가 있어요.
이번 작업의 목표는 특정 지역의 전통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캄 전체를 구현하기보다는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음정 진행과 긴장감을 참고해 게임에 맞게 선율을 구성했습니다.
익숙한 서양식 선율과는 다른 움직임을 넣으면서, 플레이어가 사막 유적이라는 공간의 낯선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라빅 스케일에서 나오는 반음과 증2도 간격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긴장감과 이국적인 선율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듣자마자 "아, 이곳은 중동풍의 이국적인 유적이구나"라는 인식을 직관적으로 갖게 만들어 줘요.
② 중동 민속 악기의 적극적인 사용
선율뿐 아니라 악기의 음색도 공간의 인상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세계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실제 중동 지역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민속 악기 VSTi를 메인 레이어로 구성했어요.
오우드(Oud)는 프렛이 없는 발현악기로, 아랍 음악을 비롯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널리 사용돼요. 부드럽고 깊은 울림이 이번 유적의 오래되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려 주요 레이어로 사용했습니다.

두둑(Duduk)도 함께 활용했어요.
두둑은 정확히 말하면 아르메니아 전통의 겹리드 관악기예요.
아랍 음악을 대표하는 악기는 아니지만, 숨결이 살아 있는 듯한 부드럽고 애잔한 음색이 <세튼의 유적>에서 표현하려던 고대 유적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쓸쓸한 감성에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지역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선택보다는, 게임이 필요로 하는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음색으로 사용했어요.

③ 실내(유적 내부)와 야외(사막/외부)의 대비
같은 BGM이라도 플레이어가 탁 트인 사막에 있는지, 좁고 오래된 유적 안에 있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공간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 공간의 음향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믹싱을 통해 두 공간이 서로 다르게 느껴지도록 연출했습니다.
게임 플레이 중 공간이 전환될 때 몰입감이 깨지지 않도록 공간감(Reverb)과 악기 구성을 차별화했어요.
| 구분 | 야외 (사막 및 유적 입구) | 실내 (유적 내부 및 지하) |
| 사운드 특성 | 넓은 잔향, 건조한 텍스처 | 좁고 울림이 강한 밀폐된 공간감 |
| 주요 악기 | 오우드, 타악기 중심의 다이나믹한 리듬 | 공명음이 긴 패드(Pad) 사운드, 낮은 웅웅거림(Drone) |
| 믹싱 연출 | 공간감을 넓게 사용하여 탁 트인 개방감 연출 | 저음을 깎는 필터를 활용해 답답하고 어두운 음영감 강조 |
특히 리버브는 단순히 많이 넣는다고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 번 조절해야 했어요.
각 공간에서 음악이 얼마나 가까이 또는 멀리 느껴져야 하는지 확인하면서 잔향과 EQ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막힌 부분
가장 어려웠던 건 지역적 색채와 게임 음악으로서의 자연스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었어요.
특징적인 음정과 악기 음색을 강하게 사용하면 분위기는 분명해졌지만, 음악 자체가 지나치게 낯설게 들릴 수 있었어요.
반대로 익숙한 방식으로 정리하면 <세튼의 유적>만의 공간적 인상이 약해졌고요.
결국 어느 한쪽을 강하게 밀기보다, 선율과 악기 구성, 리버브와 EQ를 반복해서 수정하며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을 찾았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특정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단순히 가져오는 것보다, 게임이 원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필요한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느꼈어요.
다음주 계획
다음 작업은 보스전 BGM이에요.
일반 필드보다 긴장감과 웅장함을 높이면서도, 지금까지 만든 중동풍의 사막 유적이 느껴지는 음악적 분위기가 갑자기 끊기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에 활용한 선율과 악기의 음색은 유지하되, 전투가 진행될수록 리듬과 레이어가 더해지며 음악의 에너지와 밀도가 높아지는 구성을 고민하고 있어요.
플레이어가 보스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전투가 고조되는 과정까지 음악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마무리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게임 BGM은 단독으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플레이어가 어떤 공간에 있고, 그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선율과 악기, 공간감은 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앞으로도 <세튼의 유적>의 배경과 전투, 탐험이 음악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사운드를 계속 다듬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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