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세튼의 유적

게임 전투 사운드 제작 - 타격·패링·보스전을 SFX와 BGM으로 설계한 방법 | 세튼의 유적 개발일지 #08

wonye_ / 2026. 9. 19. 09:31

한 줄 요약
같은 공격도 적중·실패·방어·패링에 따라 다른 소리가 필요했어요.
<세튼의 유적>의 전투 정보를 소리만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SFX를 나누고, 전투 흐름에 맞춰 BGM까지 설계한 과정을 정리했어요.

보스의 내려찍기를 ‘무겁게’ 들리게 만들려면?

안녕하세요, 회기동 막걸리에서 <세튼의 유적> 프로젝트팀의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박형준이에요!

게임에서 사운드는 단순히 '소리를 덧붙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사운드가 필요한 근거는 플레이어의 '공간감과 몰입감'을 청각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예요.
화면에 보이는 황폐한 유적지에 어울리는 소리가 없다면 플레이어는 깊은 몰입을 느끼기 어렵거든요. 

<세튼의 유적>에서도 사운드는 여러 역할을 맡고 있어요.

  • 공간감 형성: 야외와 실내, 좁은 통로와 넓은 보스룸처럼 서로 다른 공간의 차이를 소리로 표현해요.
  • 기믹 피드백: 레버·문·결계 등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명확한 청각적 반응을 제공해요.
  • 긴장도 조절: 탐험 구간의 앰비언스와 전투 사운드의 대비를 통해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해요.

이번 작업의 목표는 팀원들과 연출 의도를 먼저 맞춘 뒤, 실제 게임에 사용할 전투 SFX를 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도굴단장 보스가 바닥을 강하게 내려찍는 공격을 예시로, 하나의 전투 효과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소개해볼게요.

소리를 만들기 전에 먼저 기준부터 맞췄어요

사운드 작업은 바로 DAW를 켜고 소리를 만드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가 왜 필요한지 팀원들과 기준을 맞추는 것에서 출발해요.

<세튼의 유적>에서는 이를 위해 SFX 통합 리포트를 사용하고 있어요.

[스크린샷: SFX 통합 리포트]

통합 리포트에는 각 SFX의 용도와 제작 의도, 참고 자료, 레이어 구성, 진행 상태와 팀원들의 피드백을 함께 기록하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기획·프로그래·아트 파트와 다음 내용을 조율합니다.

 

  • 필요한 SFX 정리: 던전 기믹, 몬스터, UI와 전투에서 어떤 소리가 필요한지 확인해요.
  • 연출 기준 공유: 소리가 나와야 하는 타이밍과 분위기, 중요도를 팀원들과 맞춰요.
  • 수정 이력 관리: “연출보다 소리가 너무 강하다”, “속도감을 더 살려달라” 같은 피드백과 수정 내용을 한곳에서 관리해요.

 

이렇게 필요한 소리와 연출 의도를 확인한 뒤, 제가 주로 사용하는 DAW인 Reaper에서 실제 SFX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도굴단장 내려찍기 SFX 만들기

이번에 작업한 주요 SFX 중 하나는 도굴단장 보스의 궁극기 1타인 내려찍기 공격이었어요.

기획상 이 공격은 거대한 보스가 바닥을 강하게 내려찍는 동작이기 때문에, 공격이 닿는 순간의 타격감뿐 아니라 보스 자체의 압도적인 무게도 함께 느껴져야 했습니다.

하나의 샘플만으로 두 느낌을 모두 표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소리를 겹쳐 하나의 효과음으로 만드는 레이어링(Layering) 방식을 사용했어요.

[스크린샷: DAW 작업 화면]

① 레이어링 (Layering): 무게감과 타격감의 분리

하나의 샘플 소스만으로는 육중함과 명확한 타격감을 동시에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소리를 주파수 대역과 역할에 따라 3개의 트랙으로 레이어링했어요.

  • Sub / Sub-Bass Layer: 보스의 육중함을 담당하는 저역·초저역의 서브 임팩트 소스예요. 이번 작업에서는 약 40~80Hz 부근의 에너지를 활용해 바닥까지 울리는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 Mid / Impact Layer: 단단한 무기나 신체가 바닥에 직접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둔탁한 타격음이에요. 공격이 실제로 닿았다는 느낌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 High / Debris Layer: 내리찍은 후 충격파로 인해 바닥의 흙과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디테일한 파편 소스를 배치해 시각적 연출과 싱크를 맞췄어요.

세 소리를 역할별로 나누면서 저역은 무게감, 중역은 충격, 고역은 파편과 디테일​을 담당하도록 구성했습니다.

② 이큐잉 (EQing): 주파수 간섭 정리

여러 소스를 겹친다고 무조건 더 강한 효과음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비슷한 주파수가 동시에 크게 나오면 오히려 소리가 뭉치고, 정작 중요한 타격 순간이 흐릿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FabFilter Pro-Q를 사용해 각 레이어가 담당하는 주파수 영역이 지나치게 겹치지 않도록 정리했어요.

 

[스크린샷: FabFilter Pro-Q 사용]

Sub 레이어에서는 이번 소스에 필요하지 않은 200Hz 이상의 중고역대를 로우패스 필터(Low-Pass Filter)로 자르고 , Impact 레이어는 직접 들어보며 중역대(300~500Hz)  부근에서 뭉쳐 들리는 부분을 살짝 깎아내어 Sub 소리와 깔끔하게 분리시켰어요.

이 수치는 모든 효과음에 똑같이 적용하는 기준이라기보다, 이번에 사용한 소스들을 실제로 들어보며 조정한 값이에요.

이렇게 정리하면 저역의 무게감은 유지하면서도, 공격이 닿는 순간의 타격음과 파편의 디테일이 서로 묻히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③ 리버브 (Reverb): 공간감과 잔향 연출

마지막으로 보스가 던전 안에서 공격하고 있다는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Valhalla Room을 사용해 리버브(Reverb)​를 추가했어요.

다만 타격음 전체에 리버브를 많이 걸면 공격 순간이 뒤로 밀려 들리고, 타격감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편 레이어를 중심으로 Wet 값을 조절해 직접적인 충격음은 선명하게 남기고, 공격 이후에 던전 벽면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의 잔향(Tail)만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만들었어요.

[스크린샷: Valhalla Room의 스크린샷]

혼자 들었을 때 좋은 소리와 게임에서 좋은 소리는 달랐어요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혼자 들었을 때 멋진 소리”와 “게임 안에서 좋은 소리”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DAW에서는 충분히 묵직하고 화려하게 들리던 효과음도 실제 게임 화면에 적용하면 다른 SFX나 BGM과 겹치면서 너무 크거나 답답하게 들릴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과 타격음의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공격이 실제보다 느리거나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도굴단장의 내려찍기 SFX 역시 처음에는 충격음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팀 피드백을 통해 공격을 준비하는 동작과 실제 내려찍는 순간을 나눠 소리로 표현하는 방법도 검토하게 됐어요.

거대한 몸이나 무기를 들어 올리는 소리, 짧은 호흡과 같은 준비 동작이 먼저 들리고 이후 실제 충격음이 이어지면, 플레이어가 공격의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좋은 전투 SFX는 효과음 하나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어요. 화면의 움직임과 언제, 어떤 순서로 연결되는지가 함께 맞아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실제 게임 안에서 확인해보려고 해요

현재는 Reaper에서 각 SFX의 질감과 레이어를 다듬고 있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제작한 소리를 실제 게임 엔진에 적용해 화면과 사운드의 타이밍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에요.

특히 다음 부분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 거리와 위치에 따라 음량이 달라지는 3D 사운드 감쇠(attenuation)
  • 애니메이션과 공격·피격 SFX의 타이밍
  • 같은 효과음이 반복될 때 기계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는 작은 피치·볼륨 변화
  • BGM과 여러 전투 SFX가 동시에 재생될 때의 전체적인 볼륨 밸런스

개별 음원으로 들었을 때 좋은 소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플레이 안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사운드로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예요.

마무리

이번 작업에서는 SFX 통합 리포트를 통해 팀원들과 필요한 소리의 기준을 맞추고, Reaper에서 레이어링·EQ·리버브를 이용해 실제 전투 효과음을 제작해봤어요.

특히 하나의 내려찍기 공격도 무게감, 충격, 파편, 공간감처럼 서로 다른 역할의 소리를 나누어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개별 SFX의 완성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의 타이밍, 반복 재생, 다른 효과음과 BGM 사이의 밸런스까지 실제 빌드 안에서 확인하며 <세튼의 유적>의 전투 사운드를 다듬어갈 예정이에요.